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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책 & 독후감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나는 여전히 고기를 사랑한다.

by 쟝파스타 2022. 4. 15.

인도네시아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던 '독후감' 파일들을 우연히 다시 찾았다.

하여 해당 독후감들을 내 블로그에 업로드해본다. 



읽은 책 : ‘채식주의자' _ 한 강 

(2007, 창작과 비평) 

https://www.changbi.com/books/8646?board_id=7330 

 

채식주의자 | 창비 – Changbi Publishers

한강 1970년 겨울에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

www.changbi.com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거주한 지 약 4개월.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고 있다. 무슬림이 많아 돼지고기 먹는 것이 눈치가 보인다는 것이 첫 번째요,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가게가 적었던 것이 두 번째 이유였으며, 가격이 비싼 것이 세 번째 이유였다. 돼지고기를 식단에서 제외하니 육류 섭취를 위한 선택 폭은 크게 줄어들었다. 소고기 또한 가격이 비쌌음으로, 결국 내가 주로 섭취한 육류는 '닭고기'였다.

     

   이 때문일까. 나의 체중은 반둥 거주 4개월만에 68Kg에서 58Kg으로 정확히 10Kg이 감소했다. 물론 체중 감량의 주된 이유가 '돼지고기 미섭취'라고 단정 지을 순 없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반둥이라는 새로운 환경의 적응과 재취업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적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유달리 걱정이 많은 내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번 독후감 작성을 위해 읽은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어느 순간부터 육식을 금한다. 건강을 위해서라던가, 나의 경우처럼 환경의 변화 등으로 말미암아 채식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피가 튀기고, 뼈와 살점이 썰리는 잔인한 꿈을 꾼 이후부터, 그녀는 자연히 고기를 멀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영혜'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은 당황한다. 다그쳐도 보고 설득도 하면서 남편과 '영혜'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고기의 섭취를 종용하지만, '영혜'의 금육에 대한 의지는 단호하다. 결국 '영혜' 아버지의 생신날,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영혜'의 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만다. 그로 인해 억지로 '영혜'에게 고기를 먹이려다 실패하고 '영혜'는 날카로운 칼로 손목을 그어버린다.

 

   가족들의 신속한 응급처치로 그녀는 목숨을 건지지만, 병원 앞 정원에서 마치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 상반신을 탈의한 체 토플리스 차림으로 벤치에 앉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이후,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이라는 연작 소설을 통해 '영혜'와 그 가족들은 점점 비정상적인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혜의 잔인한 꿈으로 인한 '금육'이 나비효과처럼 한 가족의 인생을 초토화시키는 과정을 천천히 읽으면서 책을 몇 번이나 닫고 다시 열었던 기억이 난다.

 

 

   육식이란 무엇일까...? 따지고보면, 어린 시절부터 나 역시 꽤나 고기를 좋아했다. 삐쩍 마른 지금의 체형과는 달리 나는 고기가 없으면 항상 어머니에게 반찬 투정을 하곤 했다. 나의 어머니는 내가 국내 연수를 진행할 때 주말마다 집으로 돌아가면 '남의 살'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 하시며,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목살과 삼겹살을 내 앞에서 구워 썰어주시곤 했다. 이런 배경 때문이었을까. '맨부커' 상을 받은 명실공히 세계적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꽤나 불편했다. 도대체 '영혜'는 왜 그런 꿈을 꾼 것일까. 정신과 치료를 받는 방법은 없었을까. 아니... 받았다. '나무 불꽃'을 보면, '영혜'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였으며, 그곳에선 아예 식음을 전폐하여 죽음을 앞두는 장면이 나오니 말이다.

 

   작품 출간 이후, 인터넷에서는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러한 작품을 쓴 것인지, 육식이 주는 '폭력성'을 염두하여 쓴 것인지, 아니면 '육식'이 주는 사회의 남성성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쓴 것인지, 등 온갖 해석이 난무했다. 결국 나는 해답을 찾지 못한 체, '작가의 말'을 찾아보았다.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고 싶다고 했다. 인간의 본성... 육식을 먹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그 육식을 거부한 '영혜'는 인간임을 포기했단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영혜'는 더 이상 인간이라 볼 수 없는 것인가...? 결국, 이 소설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말고 지킬 것을 지키며 살아가자는 이야기일까...?

 

   '한강'작가가 집필한 또 다른 소설, '소년이 온다'의 경우엔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명확하다. 80년 5월 18일,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의 역사에서 다시는 나와서는 안 되는 '학살'의 비극. 그러나, 이번에 읽은 '채식주의자' 3 연작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튼, 잠시 나는 고기를 사랑하는 삼겹살의 나라 '대한민국'으로 잠시 귀국한다. 어머니가 구워주실 목살과 삼겹살을 떠올리니 입에 침이 고인다. 채식이든 육식이든, 본인이 원한다면, 하면 그만이다. 단, 그 행동이 발생시킬 파급효과와 주변인에 대한 걱정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서 겨우 찾은 나의 결론이다.

 

 

- 2018년 5월 26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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