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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신의주사위4

신의 주사위 (4) “그래, 그러면 정해진 건가?” “네…” 영일과 새롬은 동시에 대답했다. “그래, 그러면 자네는 나와 함께 가지. 그리고 자네는, 안타깝지만 다음번에 TO가 충분할 때 다시 만나기로 하세.” 그 이야기와 함께 노인과 새롬은 안개 속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 뒤로 어떻게 된 겁니까…?” “눈을 다시 떠보니 이곳 여의도 성모병원 중환자실이었어요. 약 3개월 동안 혼수상태였다고 하더군요.” “...살아나신거군요...” “뭐… 그렇게 된 거죠. 새롬이라는 여자애가 주사위 게임에서 이겼으니.” 성필은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이걸 과연 믿어야 할까요…? 물론 영일 씨가 2년 만에 만난 저에게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저로서는 정말… 믿기 어려운 이야기군요.” “말씀드렸잖아요, 이 이.. 2019. 10. 6.
신의 주사위 (3) “당신 말이 사실이라면,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동시에 발생하는 수많은 사망자들은 어떻게 설명하죠? 안타깝지만, 역사적으로 하루에 수천 혹은 수만 명이 한 번에 사망한 일은 많아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1945년 8월에 발생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사망자만 보더라도…”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여튼 그런 시스템이나 규율이 있다는 것을 ‘추정'만 할 뿐이죠. 뭐든 완벽한 시스템은 없는 법이잖아요. 그곳이 아무리 사후세계라도, 뭔가 착오는 발생할 수 있는 법이고,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어쨌든 제가 투신했을 때 그런 ‘착오'가 발생한 모양이죠. 제가 겪은 경험상 그렇게밖에 설명을 할 수밖에 없고요.” 영일의 말이 맞았다. 그가 겪은 경험이 환상이든 진실이든. .. 2019. 9. 29.
신의 주사위 (2) 영일은 그렇게 의심과 긴장으로 꼬이기 시작한 성필의 마음을 잠시 풀어주며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좋아요. 제가 약 2년 전에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은 알고 계셨죠?” “네… 우연히 영일씨 거래처 동료분을 통해서 들었어요… 업무 중에 이동하시다가 화물차에 충돌하셨다고…” “그래요… 일단은. 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전 교통사고를 당한 게 아니에요.” 성필은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영일의 목발과 그의 얼굴을 살폈다. 교통사고가 아니었다고? 그러면… 재활의학과에서 걸어 나오던 그와 그의 목발은 뭐지…? “사실은… 부끄럽지만 저는 2년 전에 마포대교에서 투신했었어요.” “아…” 영일은 본인의 투신 이야기를 정말 담담하게, 그러나 살짝 죄책감을 느끼는 듯하며 꺼냈다. 마치 지난 중복에 그가 삼계.. 2019. 9. 2.
신의 주사위 (1) 그해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당시 성필은 굉장히 안 좋은 상황에 처해있었다. 다니던 회사에서 문제가 생겨 책임을 지고 사직했어야 했고, 건강하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지병으로 입원하셨으며, 결혼까지 약속했던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서 잠적해버렸다. 성필은 그의 30여 년의 인생에서 ‘최악' 혹은 ‘밑바닥'이라는 것을 경험해보고 있던 차였다. 재취업을 위해 오전엔 구직 사이트를 꾸준히 체크하고, 점심 식사 이후엔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향하는 것이 당시 그의 일상이었다. “밥은 잘 먹니…? 미안해.. 엄마가 이것저것 많이 해줘야 하는데…” “아니에요. 어머니, 걱정 마시고 쾌차하시는 데에만 신경 쓰세요.” “그래야지… 미안하다, 엄마가…” 평생 성필과 그의 아버지, 이 두 남자 뒷.. 2019.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