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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책 & 독후감

연습, 그리고 반복 :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실체화시키는 방법

by 쟝파스타 2022. 4. 15.

인도네시아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던 '독후감' 파일들을 우연히 다시 찾았다.
하여 해당 독후감들을 내 블로그에 업로드해본다.

읽은 책 : ‘나무’ _ 베르나르 베르베르

(2003, 열린 책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876081?pid=123487&cosemkid=go14961329699641624&gclid=Cj0KCQjwjN-SBhCkARIsACsrBz6XvXHKcl53gqN_sZw4MjK0Hd6Tl1ZIBsEpNvwqjh5ipLn5yKTD5C4aAkfQEALw_wcB 

 

나무 - YES24

『개미』『뇌』로 잘 알려진 베르베르의 소설집. 이 책은 9쪽에 불과한 「사람을 찾습니다」등 10~20쪽 분량의 짧은 단편들을 모아 두었다. 다른 행성 과학자 눈에 비친 `야생인간`의 관습을 다룬

www.yes24.com

 

 

   지난 한 주는 매우 힘들었다. 사업기획 수업을 받으면서, 이틀 밤을 꼬박 새우고 이제야 제 컨디션을 회복한 듯하다. 힘든 한 주였지만, 그만큼 김 대표님의 수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최대한 정확하고 기왕이면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이번 독후감을 작성하기 위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를 골랐다.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상상을 글과 이야기로 구체화시키는 그의 소설을 읽어보면서, 나에게 생긴 새로운 미션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의 소설은 특이하다. 현재와 미래, 때로는 과거로 배경을 이동하면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나무’는 소비 사회, 성찰의 방법, 성(性), 인간의 탐욕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룬 여러 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책이다. 그중 나는 노령화 문제를 다룬 ‘황혼의 반란’과 완벽한 성찰을 위해 자신의 몸과 뇌를 분리시키는 이야기인 ‘완전한 은둔자’, 그리고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장난감을 소재로 한 ‘취급주의 : 부서지기 쉬움’이라는 세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황혼의 반란’은 노령화 인구의 급증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낮아져 가는 시대 상황에서 노인들에 대한 정부 지출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노인들을 안락사시키는 가상의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높아지는 실업률과 둔화되는 경제성장에 대한 원인을 ‘노인들의 증가’로 돌려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불만스러운 여론을 잠재우려 하는 정치인들과 미디어의 행동 과정이 세부적이고 실질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 결국 노인들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반기를 들고, 본인들의 생존을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정부에서 살포한 감기 바이러스로 무력화되고, 결국 대다수의 투쟁에 참가한 노인들은 안락사를 당하고 만다. 죽음에 이르는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내뱉는 ‘너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거다’라는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였다.

 

   ‘완전한 은둔자’는 완벽한 성찰을 꿈꾸는 한 과학자가 이를 위해 자신의 육신과 뇌를 분리하는 실험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수술을 통해 뇌만 남겨지게 되고 이로써 노화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본인이 원하는 ‘성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오히려 자신의 딸과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손자, 손녀 그리고 증손자, 증손녀들에게 돌봄을 받게 된다. 6개월에 한 번씩, 포도당과 같은 수액을 갈아주는 아주 쉬운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던 중 증손자와 그 친구들의 장난으로 그는 영양액이 담긴 단지에서 벗어나 지나가던 개의 먹이가 되어 세상을 떠난다. 그는 개에게 먹혀 죽음을 당하면서 ‘죽음이야말로 진정으로 흥미진진한 마지막 모험’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는 아주 어처구니없게 죽게 되지만, 사후 세계로 진입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성찰’은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급주의 : 부서지기 쉬움’은 작은 우주를 창조하는 장난감 세트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제품을 구입하는데, 실은 아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구입한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 부자(父子)는 장난감의 작동을 위해 열을 올리는데, 생각보다 그 과정이 복잡하여 진땀을 흘리는 전개가 아주 재미있었다. 특히 이 철없는 두 부자에게 저녁을 먹으라고 몇 번이나 소리치는 주인공의 아내를 보면서 미래의 내 모습이 이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계속 이럴 거야? 하더라도 저녁 먹고 나서 해. 수플레가 식어서 다 쭈그러들었어. 장난감이 그렇게 좋아? 당신은 어른이 왜 그래?

 

환장하는 상황.

 

라는 주인공 아내의 일침이 꼭 남의 일 같지 않게 들렸기 때문이다. 결국 두 부자는 생각보다 다루기 어려운 장난감의 작동을 포기하고 다락방에 처박고 만다. 그러나 장난감 속의 우주는 형성이 계속되고 있었으며, 결국 다락방을 돌아다니는 ‘쥐’들을 신으로 섬기는 또 다른 소우주가 만들어지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렇듯 ‘나무’의 소설들은 다소 허탈하게 끝을 맺는다. 그러나 그 허탈함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두는 장치로서 작용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완전한 은둔자’를 읽고 나서 나는 담배를 한 대 피웠는데, 담배를 피우면서 내가 과연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 연수 동기들을 뒤로하고 혼자만의 성찰을 위해 육체와 뇌를 분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봤다. 생각이 많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 나로선, 성찰보다는 지금의 관계 맺음이 더 좋다는 결론에 다다르기도 했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런 멋진 상상력으로 가득 찬 소설을 쓰기 위해 6살 때부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난 해가 1961년이니까, 그는 올해 한국 나이로 약 58세가 된다. 6살 때부터 지금까지 대략 50년 동안 그는 수많은 습작을 만들어냈을 터다. 결국 ‘끊임없는 연습’이 그를 오늘날의 멋진 이야기꾼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업기획 수업 이후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정확한 전달력과 표현력’ 역시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야만 얻어질 것이다. 이번 주에 내가 느낀 이런 필요성을 꾸준히 인지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해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 2018년 2월 17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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