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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책 & 독후감

삶과 죽음, 그 두 나선의 경계에서 만난 담담한 이별

by 쟝파스타 2022. 4. 15.

인도네시아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던 '독후감' 파일들을 우연히 다시 찾았다.

하여 해당 독후감들을 내 블로그에 업로드해본다. 


읽은 책 : ‘숨결이 바람 될 때’ _ 폴 카라니티 

(2016, 흐름출판) 

http://www.yes24.com/Product/Goods/30555650?pid=123487&cosemkid=go15662050243355182&gclid=Cj0KCQjwjN-SBhCkARIsACsrBz4jh4t8nxrNJ4zmZIbhaS2pcerc-Vz8FUQ3OtSMl9nbjw5VC4I0yFcaAkPrEALw_wcB 

 

숨결이 바람 될 때 - YES24

12주 연속 1위, 아마존 종합 1위전 세계 38개국 판권 수출, 201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신경외과 의사로서 치명적인 뇌 손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죽음과 싸우다가 자신도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

www.yes24.com

 

   사람은 모두 죽는다. 이 세상 사람들 중 '불사(不死)'의 존재는 없다. 나 역시 죽을 것이고. 진시황을 비롯한 인류의 많은 사람들이 영생을 꿈꿨고, 현대 의학 기술 또한 이를 목표로 발전되고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사람은 탄생과 삶, 그리고 '죽음'이라는 단계로서 '인생'이라는 한 편의 이야기를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나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선 나 역시 무기력해진다. 고통스럽지 않게, 병에 걸리지 않고 평안하게 죽음을 꿈꾸는 것 또한 모든 인류의 잠재적 소망일지도 모른다. 

 

   이번 독후감을 위해 읽은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은 죽음을 앞둔 의사의 담담한 회고록이다. 저자인 폴 카라니티는 신경외과에서 최고 의사로 손꼽히며 상급자들에게 인정받고 매우 권위 있는 상도 받았지만, 갑자기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단편적으로 '돈 많이 버는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든 의사가 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폴 역시 레지던트 기간을 이겨내고 전문의가 되었다. 그는 앞으로 의사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을 장밋빛 미래만 남았고 생각했지만, 갑작스레 암이 찾아온다. 항암치료를 통해 그의 몸과 정신은 몹시 쇠약해진 상태. 특히 '의사'라는 직업이 그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잘 인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병을 이겨내려 노력하고, 정신과 몸은 굉장히 쇠약해지지만, 그는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한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특징은 작가가 암에 걸린 이후부터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썼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책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못한 것이 작가의 마음을 독자들에게 더 잘 전달한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실제 의사의 생각과 행동을 독자들에게 잘 보여준다. 우리는 의례 의사들이 자신이 돌보던 환자가 죽으면 스스로 자책하거나 자신에 대한 분노에 휩싸이는 것으로 쉽게 상상하곤 한다. 하지만 폴은 좀 더 생생한 의사들의 감정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폴은 식사 중 호출을 받고 응급환자를 살리려 응급실에 간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워낙 좋지 못해 살리지 못했고 환자는 사망한다. 물론 폴이 환자가 죽었을 때 매일 죽음에 무감각하거나 슬픈 감정을 한번도 못 느껴보거나 그러진 않았다. 자신에 대한 자책과 분노가 어마어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에 그는 자기가 식당에 두고 온 아이스크림과 샌드위치, 제로 콜라 생각한다. 그는 조용히 뒤처리를 응급실 직원들에게 맡기고 식당으로 돌아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문다. 물론 폴은 작품을 통해 이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됐다고 깨우치지만, 난 특히 이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의사 또한, 나와 같은 사람이며, 의사 역시, 택배 기사나 생산직 종사자처럼 하나의 '직업'으로서 인식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일반인은 자신의 눈앞에서 사람이 죽고 난 뒤, 바로 음식 생각을 하고 먹는 게 이해가 안 되겠지만, 그는 의사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수술 하며, 죽는 사람도 많이 본다. 그런 그에겐 환자 한 명이 죽는 것은 일상생활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난 그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폴은 결국 악화되는 병세를 이기지 못한다. '삽관'을 통한 인공호흡만이 생명 유지를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동료 의사를 통해 들었을 때, 그는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한다. 그가 가족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했을 때, 그의 마음과 가족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나로선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어떻게 사는가 역시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폴'에게 감사를 표한다.

 

- 2018년 5월 12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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