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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독후감

엄마, 오늘도 응원해주실꺼죠?

by 쟝파스타 2022. 4. 15.

인도네시아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던 '독후감' 파일들을 우연히 다시 찾았다.

하여 해당 독후감들을 내 블로그에 업로드해본다. 


읽은 책 :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_ 공지영 

(2008, 오픈하우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875607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 YES24

공지영이 우리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최근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설 속에 녹여낸 『즐거운 나의 집』으로 좋은 반응을 얻은 공지영. 그녀가 이번에는 소설의 화자로

www.yes24.com

 

“엄마 보고 싶다.”

 

   한 주의 빡빡했던 일정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조금의 쉬는 시간이 주어졌던 지난주 토요일 오후. 문득 교실 옆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다가 나온 말이다. 한국을 떠나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 약 2달.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제 어느 정도 생활에 적응된 모양이다.  

   이번에 독후감 작성을 위해 고른 책은 공지영 작가께서 본인의 딸을 위해 보낸 편지들을 모아놓은 수필집으로, 동료 연수생이 10분 스피치를 하면서 우리 연수생들에게 소개해 준 책이다. 지금 어머니를 만날 수는 없으니, 공지영 작가의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어머니를 옆에 두고 싶었던 것일까. 공지영 작가가 내 어머니는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여러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리고 다음의 글귀가 현재의 나에게 필요한 조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네 앞에 수많은 길들이 열려 있을 때, 그리고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모를 때, 되는대로 아무 길이나 들어서지 말고 앉아서 기다려라. 네가 세상에 나오던 날 내쉬었던 자신의 깊은 숨을 들이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네 마음속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마음이 네게 이야기할 때 마음 가는 곳으로 가거라.”

 

   남은 연수 기간이 약 2달 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 다른 연수생들에게는 태연한 척 행동하며 묵묵히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듯 보이지만 나 역시 불안하다. 첫 번째 직장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를 했던 경험이 있기에, 특히나 이번에 새로 시작할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직장에 대한 두려움은 적지 않다. 그리고 아직 자기 확신이 부족한 듯, 때로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과연 맞는지,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나 혼자 고민을 할 때가 많다.

 

   전 직장을 다닐 때, 한번은 술에 엄청 취해서 부모님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 엄청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행동이지만, 당시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직장을 다니게 된 것이 ‘부모님’의 강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 부모님은 나의 선택을 강요하신 적이 없었다. 서강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입학 사이에서 고민할 때, ‘쟝파스타 네가 원하는 곳에 가렴’이라고 말씀하셨었고, CPA 자격시험을 어쭙잖게 준비해놓고 이제 안 되겠다 싶으니 그만두면 안 되겠냐고 여쭤봤을 때도 ‘쟝파스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이라고 대답하셨었다. 전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했을 때, 정말 버티기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두 분께 말씀드렸을 때도 ‘그래… 그동안 정말 힘들었지. 이제 행복하게 살자’ 라며 오히려 격려해주셨던 것도 부모님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단지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에 대한 ‘원인 제공자’가 누군지를 계속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나라는 것을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나의 선택으로 인도네시아에 왔고, 또 선택을 통해 새로운 직장에서 제 2의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이제부턴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다. 설령 그 선택이 완벽하게 옳지 못한 것이라도, 그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 생활하고 내 자신이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선택의 주체가 나라면, 행복의 주체 역시 나라는 생각이, 이번 공지영 작가의 책을 읽고 얻게 된 깨달음이다.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를 드릴 생각이다. 타국에서, 비쩍 말라가지만 표정만은 밝아진 둘째 아들을 응원하며 오늘도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실 어머니.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에게 떳떳하게, 그리고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연수 생활에 임해야겠다.


- 2018년 3월 18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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