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여름이였던가..?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와 학교 앞 Office Depot을 들러 학용품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거 참... 사무용품점답지 않게 뭐랄까 정신나간 것 같지만 흥겨운, 즉 무시할 수 없는
퀄리티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옛 여자친구와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흔들고 흥얼거리면서 학용품을 다 골랐다.
계산대에는 홍대 인디씬에서 침 좀 뱉었을듯한 패션의 언니가 우리처럼 음악에 도취해있었다.
그렇다.
그녀가 이 딱딱한 사무용품 전문점의 분위기를 상콤한 배경음악으로 변화시켜 놓았던 것이다!
그래서 난 물어봤다.
나 : "도대체 이 노래는 누가 부른 노래입니까?"
홍대 인디씬 추정 계산녀 : "푸흣. 그것이 정녕 궁금하신가요?"
나 : "음... 생각해보니... 그렇소."
홍대 추정 계산녀 : "이것은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입니다."
나 : "브.. 브 뭐요?"
홍녀 : (너같은 새끼가 뭘 알겠냐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훗. 난 친절한 점원이니 적어드리지요."
.
.
홍대녀가 전달한 종이에는 정말로... "브로콜리 너마저"라고 씌어있었다.
순간 '이년 장난하나' 싶었는데, 정말 그런 그룹이 있더라.
그리고 그 그룹이 들려준 음악 중, 역시 내 블로그의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이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라는 노래이다.
들어보면 느끼겠지만... 참...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 주는 음악이다.
그렇다.
우리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방해를 의식/무의식적으로 주고 있는 것이다.
쩝.
뭐 어쨌든...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느끼는 건...
2009년의 끈적끈적했던 초여름 날씨.
사무용품.
홍대 추정녀.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
(2009년 10월 3일 00:35 작성)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보]Damn. - Kendrick Lamar (2017) (0) | 2017.04.18 |
---|---|
[비교열전] Earth, Wind & Fire - After The Love Has Gone (0) | 2013.06.25 |
다이나믹 듀오 - 죽일놈 (0) | 2013.06.23 |
언니네 이발관 - 아름다운 것 (0) | 2013.06.23 |
Jason Mraz - "Geek in the Pink!" (0) | 2013.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