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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내 생각

자화상

by 쟝파스타 2013. 6. 24.

바람불어 시원한 10월의 저녁밤,

오래간만에 선,후배들이 모인다

신촌 연대 앞 껍데기집에서

 

로터리를 바람처럼 달려 도착한 껍데기집에는

취직이 된 선배와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와

군대를 갓 전역한 후배가

 

먼저 자리를 잡고 나를 반긴다

 

선배의 취직을 축하하는 건배로 시작된 술자리는

노릇노릇 구워진 갈매기살처럼, 점점 무르익어 간다

 

누구는 S사에 들어갔다더라

누구는 행정고시에 붙었다더라

어디가 연봉을 많이 준다더라

 

껍데기를 추가하는 나의 목소리가, 꽤 커졌다

 

선배의 취직을 축하하는 건배로 시작된 술자리는

다 타버려 딱딱해진 껍데기처럼, 점점 무르익어 간다

 

누규는 애쓰사에 들려갔다더라

누구눈 행성고시에 뿜었다더라

어디가 면봉을 마니 준다더라

 

참이슬을 추가하는 나의 목소리가, 꽤 커졌다

 

계산을 끝낸 선배에게, 우리는 '잘 먹었습니다'라고 선창을 했고,

선배는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차비를 하라며 만원짜리를

제법, 날카롭게 찔러줬다

 

신촌 로터리에서, 우리는 '다음에 밥 한번 먹자'라고 인사를 했고,

우리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는 만나지 않을 사람처럼

서로 등을 돌렸다

 

바람불어 시원한 10월의 저녁밤,

오래간만에 선,후배들이 모인다

신촌 연대 앞 껍데기집에서

 

로터리를 사람처럼 걸어 도착한 껍데기집에는

취직이 된 선배와

대학원에 진학한 동기와

군대를 갓 전역한 후배가

 

이미 자리를 뜨고 남을 반긴다


(2012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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