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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내 생각

나의 핸드폰 변천사

by 쟝파스타 2022. 3. 31.

 전 국민 모두가 스마트폰 하나는 꼭 소지하고 있는 시대가 왔다. 한국 갤럽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95%에 육박한다고 하니 바야흐로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적인 소통조차 불가능한 시기다. 오늘은 이런 맥락에서, 필자가 처음 사용한 핸드폰부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까지 변천사를 다뤄보고자 한다.

 

 

1. 애니콜 슬라이드업 카메라폰 (SCH-E170) : 2005.2 ~ 2006.7

 

 

 필자의 역사적인 첫 핸드폰이다. 필자의 아버지는 전직 고등학교 교사셨으며, '공부하는 학생에게 핸드폰은 필요 없다'는 원칙을 가지고 계셨다. 하지만 대학 합격이 확정된 날, 나의 손을 잡고 집 근처 핸드폰 대리점으로 가서 해당 핸드폰을 개통해주셨다. 
 학창 시절 내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이 부러웠던 나에겐 정말 큰 입학 선물이었다. 이 핸드폰은 폴더 형태가 대세였던 당시에 슬라이드 형태로 출시되어 나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폰이었으며, 카메라를 앞,뒤, 자유자재로 돌려서 찍을 수 있었다.
 2005년 2월 경 개통하여 사용하다가, 첫 여자친구와의 통화 도중 빡침을 참지 못하고 땅으로 패대기 쳤으며, 그렇게 2년의 약정 기간도 채우지 못한 채로 운명을 다 한, 나에겐 의미있는 비운의 폰이다. 
 
 
2. 모토로라 StarTec 2004 : 2006.6 ~ 2009.10

그렇게 어처구니 없이 내 첫 핸드폰을 떠나보낸 뒤, 부랴부랴 신촌 핸드폰 가게를 배회하며 중고로 구입한 이 모델이 내 두 번째 핸드폰 되시겠다. 핸드폰을 열 때 '딸깍' 하는 소리가 인상적이었으며, 내구성도 좋았던 기억이 난다. 군 전역 후까지 잘 사용하다가 결국 LCD창의 연결이 약해져 화면 고장으로 떠나보냈다. 
 암울했던 군 생활과 군 전역 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갈팡질팡할 때 내 곁에 있어줬던, 때때로 그리운 폰이다. 
 
 
3. SKY IM-U4 : 2009.10 ~ 2011.10
 

 

 StarTac을 떠나보내고 3번째로 맞이한 피처폰이다. 당시 한국에는 아이폰3gs와 삼성 옴니아간의 스마트폰 시장 선점을 위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얼리어답터라 칭하는 사람들은 이미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기였기도 했고. 하지만 그 때만 해도 나는 IT기기에는 관심이 없어서 이미 스마트폰이라는 좋은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피처폰을 2년 약정 호구 계약으로 업어오는 우를 범하고 만다.

 하지만 당시 나는 공인회계사 자격 시험을 위해 공부하고 있던 때였고, 따라서 친구들과 연락할 일이 많은 것도 아니라 상기의 폰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소액 결제를 해서 프로야구 게임을 다운 받아, 자기 전 혼자 딸깍 딸깍 버튼 소리를 내며 놀다가 잔 아련한 추억이 있다.
 우연히 지난 주 조카와 놀아주다가 발견, 이로써 오늘의 포스팅 주제 선정에 영감을 준 폰.
 
 
 
4. iPhone 4 : 2011.10 ~ 2013.8
 
 

 

내 인생의 첫 스마트폰. 
 2011년 하반기, 공인회계사 시험에 실패하고 돌아온 캠퍼스의 풍경은 매우 달라져 있었다. 학생들의 손엔 아이폰 아니면 삼성, 팬택의 스마트폰이 쥐어져 있었으며, 카카오톡과 와이파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즐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수험 생활을 정리하고 긴 휴학 끝에 학교에 복학한 당시의 나는 핸드폰을 바꿀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친구도 별로 없어서 기존에 사용하던 피처폰 만으로도 남아있던 소수의 친구들과 충분히 연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에 내가 수강한 경영학과 수업엔 유달리 다른 학기에 비해 조모임이 많았다. 조원들 대부분이 벌써부터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소통하는 것을 보면서, 기존 폰의 약정 종료에 맞춰 아이폰 4로 변경했다. 하지만 한 달 후에 아이폰 4s가 출시... 조급하게 결정한 것을 후회했지만, 어쨌든 내 인생의 첫 번째 스마트폰으로써 의미 있는 폰 이었다. 복학 및 취업 준비라는 암흑기에 함께 해 준 고맙고 든든했던 폰...
 
 
5. LG G2 : 2013.8 ~ 2015.12

 치열한 취업 시도 끝에 국내 LG 계열사의 정규직으로 입사에 성공했다. 당시 LG전자는 아이폰의 애플과 삼성의 갤럭시 등 스마트폰 춘추 전국 시대에서 G 라는 브랜드를 런칭, 피 튀기는 시장 선점 싸움에 한창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의 매끄러운 UI에 중독되어 있었지만, 당시의 회사는 'LG 다니면 당연히 LG폰을 써야지'라는 분위기였고 이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약정이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LG G2폰으로 변경했다. 
 여러모로 내구성이 약했던 폰이다.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는 길에 한 번 떨궜는데 액정 Display가 산산조각이 나서 20만원 사비를 들여 수리했고, 술에 만취하여 한 번 잃어버린 뒤, 폰 케어 분실 보험으로 재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만취 후 폰 분실'이라는 잔혹사가 시작된 것도 이 폰 부터다.
 
 여리디 여린 내구성처럼, 당시 군대 식의 딱딱하고 답답한 첫 직장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무너져가는 내 멘탈을 떠올리게 하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폰...
 
 
6. iPhone 6s : 2015.12 ~ 2016.5
 

 

 상당히 아쉽고, 부끄럽고, 미안한 폰이다. 
 
 2015년 말, 이미 내 멘탈은 무너져갔다. 그리고 첫 직장에서의 롱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무의식적인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약정이 끝난 LG G2 핸드폰을 서랍에 넣고 당시 LG와의 경쟁사였던 iPhone 6s를 2년 약정으로 계약한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을 만져보면서 '이게 혁신이지'라는 느낌을 받게 해 준 유일한 스마트폰이 아니였나 싶다. G2에 비해 스르륵 움직이는 화면 스크롤과 3D Touch, 홈 버튼의 지문 인식까지... 안드로이드, iOS 진영을 불문하고 스마트폰의 스펙이 상향 평준화된 요즘(물론 삼성 GOS 사태로 인해 안드로이드와 iOS 간의 성능이 '평준화'되었다고 결론짓긴 어려워졌다.)에는 느끼기 어려운 경험이랄까...
 하지만,당시의 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만취하는 때가 많아졌고, 이로 인해 해당 폰을 두 번이나 분실한다. 처음 분실 후 폰 케어 보험에 들었음에도 70만원 사비를 들여 재구입하였으나 추후 다시 만취 후 분실해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꼴랑 5개월이라는 짧은 시기 동안.
 이후, 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써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하며, 중저가폰으로 눈을 낮추게 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사용자 경험을 안겨주었던, 그리고 내 인생의 첫 전성기를 장식했던 그리운 폰...

 

 

7. Nexus 5X (2016.5 ~ 2018.10)

 

 

 

 iPhone 6s를 분실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LG G2를 다시 쓰고 있는 찰나, 회사 동기에게 소개 받아 40만원으로 얻어온 나의 두 번째 안드로이드폰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뒤로 IT 기기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순정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아이폰 만큼은 아니였지만 굉장히 빠릿빠릿하게 작동되었던 기억이 난다. 
구글 관련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해 주었으며 동시에 일전에 리뷰한 구글 크롬북을 구매하게 한 일등 공신. '넥서스폰 + 구글 크롬북 조합'은 애플 생태계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좋은 호환성 사용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배터리 용량이 크지 않아서 항상 보조 배터리를 챙겨 다녀야 했다는 것. 퇴사 후 찾아온 암흑기를 함께 버텨주고, 인도네시아까지 따라와서 고생해 준 고마운 폰이었다. 하지만 역시 인도네시아 클럽에서 술 마시고 놀다가 어떤 현지인에게 도난 당하고 만다. 실질적인 넥서스 네이밍의 마지막 모델이라 더욱 더 그리워지는 폰...
 
 
8. 샤오미 A2 Lite (2018.10 ~ 2019.4)
 

 Nexus 폰 분실 이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구입한 최초의 중국산 폰이다. 백도어 논란 등으로 중국산 폰은 사용하기가 꺼려졌는데, 샤오미에서 생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Nexus 폰과 동일하게 해당 모델은 구글 안드로이드 원 UI로 구동된다는 점이 끌려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
 갤럭시나 아이폰 같은 고가의 폰을 구입할 수 없었던 필자의 주머니 사정 또한 구입 결정의 중요한 이유였다. 한화 30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필자의 실수로 변기통에 빠뜨려 고장이 나버린다. 저렴한 가격인 만큼, 방수, 방진과 같은 기능은 전무했던 탓이다... 추후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에서 사설 수리를 맡겨 되살리는데는 성공하긴 했지만... 
 귀국 후에도 한국에서 계속 사용해보려 시도 했지만 필자가 이용하는 통신사인 엘지 유플러스에선 해당 기기의 개통을 지원하지 않아 그냥 와이파이용 장난감으로 전락, 추후 역시 만취 후 분실한다. 
 중국산 폰임에도 불구하고 가성비의 저력을 느끼게 해 준 내 인생 최초의 중국산 폰.
 
 
9. 샤오미 홍미 6 (2019.1 ~ 현재)
 

 

 전 폰인 A2 Lite의 침수 이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급하게 구입한 폰. 정말 저렴한 제품이다. A2 Lite의 수리 이전까지 사용했으며, 배터리 용량이 많지 않아 장시간 사용에 무리가 있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귀국 후 한국에서 다시 사용해보려 했으나 A2 Lite와 동일한 이유로 통신사 개통이 불가하여 Wifi를 이용한 장난감이 된 폰. 그래도 가벼운 무게 때문에 현재도 넷플릭스, 유튜브 감상 용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급하게 구입한 이유로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분실 및 침수되지 않고 장수 중인 폰.
 
 

10. 삼성 갤럭시 On7 (2019.4 ~ 2019.7)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귀국하여 짧은 시간 동안 사용한 폰이다. 상기 인도네시아에서 사용하던 두 폰 모두 엘지 유플러스에서 개통이 불가하여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사실 이 폰은 필자의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것으로, 폰을 바꾸시고 보관 중인 것을 내가 잠시 썼던 것이다. 
 내장 용량도 16기가로 참담한 수준이고, 카카오톡 이용도 버거웠다. 정말 말 그대로 비상용으로 사용한 폰. 여담이지만 필자가 사용한 첫 삼성 폰이었다. 이상하게 필자와 갤럭시간의 연이 없었는데 이렇게나마 갤럭시 제품을 사용하게 된 것. 
 
 

11. iPhone XR (2019.7 ~ 현재)

 

 

 돌아 돌아 다시 애플로 정착했다. 노치 디자인과 홈버튼이 없는 모델로 배터리가 다소 방전되어 장시간 충전 없이 사용이 힘든 점만 제외하면 아직도 쌩쌩하게 돌아간다. 배터리 정도만 교체하여 일단 계속 쓸 생각이다.
 필자는 2019년 9월 이후 완전히 술을 끊었고, 따라서 앞으론 더더욱 술을 마실 일이 없다. 따라서 자의로 인한 분실 걱정이 제일 적은 폰이다. 5개월 간 2번의 분실이라는 아이폰 6s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 주었으며, 10년 만에 다시 도전한 외로웠던 공인회계사 수험 기간 동안 함께해준 폰.

 

 
 마치며...
 
 지금까지 필자의 핸드폰 변천사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다. 정리해보니, 기술의 발전이 정말 빨리 진행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현재는 어느 정도 발전 속도가 정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삼성, 애플, LG, 팬텍, 노키아, 샤오미, 화웨이, 모토로라, HTC, MS 등 수 많은 제조사들이 난립하던 스마트폰 춘추 전국 시대도 이제 막을 내리고, 애플, 삼성, 샤오미의 삼분 천하로 정리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애플의 독주를 인정하지 않을 순 없지만...
 
 아무튼 금일 포스팅을 통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지금까지 필자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부끄럽기도 하고 아련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각자 사용했던 핸드폰 순서를 잠시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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