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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내 생각

나의 필명, '쟝파스타'(하)

by 쟝파스타 2017. 4. 25.

- 나의 필명, '쟝파스타'(상) 에서 계속...

 

 

  ...그러다가 능금이형이 나에게도 멋진 Stage Name을 정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선 요즘 내가 무슨 음악을 즐겨듣는지 물었다. 당시 나는 'Chick Corea'의 음악에 빠져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자 능금이형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 너는 Vegetable Hustlers 멤버가 아니니 채소나 과일의 이름을 붙일 수는 없고...

   그래, Chick Corea 하니까 파스타 생각나네. 그거 좋다야. '쟝파스타'. 장 말고 '쟝'파스타. 어때?"

  "형, Chick Corea 미국 사람이에요... 파스타랑 별 상관없는데...?"

 

  "무엇이든 예외는 있는 법이야."

 

  결국 이로써 'Vegetable Hustlers 식 작명논리 + 당시 내가 듣고 있던 음악가 'Chick Corea'에 대한 자유연상 + 예외 허용' 이라는 의식의 흐름을 근거로 '쟝파스타'라는 Stage Name이 능금형을 통해 탄생하게 된 것이다.

 

'Sexy Dud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겠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자, 할머니께서

"Laugh My Fucking Ass Off"라고 말씀하셨고, 그 약자를 그룹명으로 쓴 LMFAO.

최소한 그들보단 나으려나...?

(출처 : http://kingofwallpapers.com/lmfao.html)

 

  흠... '쟝파스타'라... 사실 나는 이 Stage Name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름 힙합 꿈나무로서 'Rhyme Killer'나 'Mary Beats', 'Flow 어쩌구' 이런 소위 '간지'나는 이름을 원했었는데 말이다.

 

  "안녕하세요. 랩퍼 쟝파스타입니다."

   ...뭔가 촌스럽지 않나.

 

  결국 능금형에겐 미안했지만 나는 이 이름을 조심스럽게 봉인해놓았다. 잠깐 Stage Name이 아니라 '필명'으로 사용했던 적이 있긴 하나, 2010년 초에 이선균씨와 공효진씨가 출연한 MBC 드라마 '파스타'가 방영된 이후 다시 재봉인했다. 주변 분들이 '쟝파스타'라는 이름을 접하곤, 열에 일곱은 '아, 그 드라마를 매우 감명깊게 보셨었나보네요. 그 드라마, 재밌죠. 네네' 와 같은 반응을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파스타'.

근데 저 이 드라마 안봤는데, 재미있었나요?

드라마엔 별 관심이 없어서...

(출처 : http://social.lge.co.kr/lg_story/the_blog/culture/319_/)

 

  그러다 이 '쟝파스타'를 다시 필명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이곳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한 2013년 경이다. 드라마 '파스타'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졌고, 무엇보다 새로운 필명을 짓는 것이 귀찮아 능금형이 지어준 Stage Name을 그냥 필명으로 다시 쓰게 된 것이다.

  무엇이든 애착을 갖게 되면 정이 드는 것일까. 막상 마음을 비우고 이 필명을 쓰게 되니 나름 괜찮았다. 입에도 착 감기고 말이다. 무엇보다 항상 '예외성의 존재'를 강조했던 능금형의 사고방식이 녹아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인생이란 꼭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기에 융통성있게 살아가라는 뜻으로 능금형이 이 이름을 지어준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 그냥 능금형이 생각없이 대충 지어줬을 가능성이 더 높긴 하다...)

 

  아무튼 30대 초반이 된 나는 더 이상 랩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천이형은 꾸준히 노력하셔서 앨범을 내셨고, 결혼하여 즐겁게 지내고 계신 듯 하다. 종종 내가 Soul Company의 초창기 공연때 이런저런 잡일(김밥 사오기, 티켓팅 하기, 공연 후 무대 정리, 사진 찍어주기 등)을 도와줄때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고마움을 표했던 마음씨 착한 동갑이형은 The Quiett이라는 이름으로 큰 성공을 했고, 우리 형 또한 비록 랩퍼는 아니지만 여러 회사를 거쳐 결국 일리네어 레코즈에서 일하고 있다.

  나 또한,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능금형과는 2007년 경, 서강대학교 근처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후로 연락이 되질 않는다.

 

  그러나 때로 홍대 놀이터를 지날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과연 'Vegetable Hustlers'는 결성되어 활동을 했을까.

  능금형은 지금도 하모니카를 즐겨 부를까.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 다시 어딘가에서 버스킹을 하고 있진 않을까.

 

  '쟝파스타'라는 이름을 지어줬음은 물론이거니와 학생이었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얇은 주머니 사정에도 자신이 형이라는 이유로 맥주와 막걸리를 사줬던 능금형.

  아주아주 늦었지만, 이번 포스팅을 통해 감사함을 전한다.

 

  고마워요 능금형. 항상 건강하세요.

 

 

 - 내용 수정 : 일리어네어 레코즈 → 일리네어 레코즈 (수정 일시 2017.4.26.수 PM 2:04)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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