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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기타

개안(個眼), 개안(開眼), 다시 개안(個眼) (영화 수취인불명을 중심으로)

by 쟝파스타 2013. 6. 24.



     오늘날의 광고는 상품의 판매를 위한 수단에서 한 단계 확장되어 하나의 독립된 문화적 형식으로 존재한다. 광고는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이를 바라보고 있는 대중들에게 현실의 문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출생과 동시에 광고를 접하는 현대사회의 대중들은 광고가 전달하는 이상적인 메시지에 효과적으로 길들여지게 된다. 즉, 광고가 실질적인 현실의 문제를 투영하고 있지 않음으로써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들은 결국 살아가면서 자신들이 처해 있는, 혹은 누군가는 겪고 있을 현실의 문제를 회피한 체 오직 ‘이상적’인 것들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는 오로지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회에는 광고라는 막강한 위력의 화약총에 다친 ‘눈’을 치료한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고쳐진 자신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현실을 여러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파한다. 영화 ‘수취인불명’ 역시 광고가 전달하는 세상과는 다른, 이른바 광고에서 삭제된 현실을 드러내는 여러 매개물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광고적 시각과 상당히 차이가 있는 이 영화를 대중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영화를 시청하는 관객들은 고통스럽다. 혼혈아와 양공주, 개장수, 고교 중퇴자, 장애인, 상이군인, 억지로 끌려온 듯한 미군 등이 등장하여 보여주는 모습들은 관객들의 마음에 고스란히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개를 잡는 모습이나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 성폭행, 정상치 못한 등장인물들의 언행 등은 이에 익숙하지 못한 관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왜 관객들, 아니 우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가? 그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영화가 끝남으로써 더 이상 목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시청하면서 관객들은 평소에는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이 사회의 여러 문제들(혼혈인의 인권 문제, 성폭력, 주한 미군 문제 등)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하고 몰입함으로써 잠시나마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본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면, 그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는 하겠으나’ 그들이 ‘되기는 싫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영화 ‘수취인불명’이 광고에 다친 관객들의 눈을 치료해주는 조건이 ‘현실의 문제를 더욱 적나라하게 바라보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조건은 오직 광고가 전달한 세상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해준 ‘개안수술’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게 된다. 그나마 그 절반의 수술마저 다시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간 관객들이 ‘광고’를 시청하고 자신의 눈을 찔러버림으로써 실패하게 된다고 봐야한다.

 

     이렇듯 광고는 우리 사회에서 대중들을 막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영화 ‘수취인불명’이 광고에서 삭제된 현실을 관객들에게 얼마나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가가 아닌,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앞서 언급했듯, 새로운 현실을 바라보게끔 관객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다시 ‘광고’를 바라보고 여기서 삭제된 현실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삭제된 현실은 영화 내부에서보다 영화를 시청하기 전, 시청 중, 그리고 시청한 후의 우리들의 모습에 더 자세하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수취인불명과 광고와의 관계. 교집합을 찾는것이 쉽지는 않았다. 결국 영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눈(眼)'이라는 소재를 통해 나름대로 교집합이라 생각한 것을 찾아냈고, 부족하게나마 풀어내봤다. (2009년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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