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근처 흡연구역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는데... 젠장. 라이터를 집에 놓고 오고 말았다. 어쩐지 나올때부터 뭔가 허전하더라니...
안타깝게도 주위에는 불을 빌릴만한 사람도 없었다. 결국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600원짜리 'Bic 라이터'를 구입해야 했다. 600원이면 자판기 커피가 두 잔인데... 그래서였을까, 그렇게 구입한 라이터로 핀 담배맛이 평소보다 썼다.
생각해보면 라이터라는 것이 이게 정말 신기한 물건이다. 흡연자에게 있어 라이터란 필수품이지만 왠지 내 돈 내고 사기에는 정말 아깝다. 어차피 집이나 사무실에 가면 '까치호프', 'MBC노래방' 등 자질구레한 상호 폰트가 박힌 라이터들이 책상 서랍에 처박혀 있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내 돈 주고 라이터 사서 담배 피운지 한 삼개월 된 것 같다. 이종공상탐험가로 전직하고 나서 자연히 술집 출입이나 노래방 출입이 감소한 탓일까. 이렇듯 '라이터 = 공짜 판촉물'이라는 공식이 마땅하게 적용되지 않는 삶도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처럼.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까. 바지 주머니에서 오늘 구입한 'Bic 라이터'를 다시 꺼내어 천천히 살펴보았다. 600원. 하루에 반 갑 정도 담배를 피우니,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2~3개월 정도 쓸 수 있을 듯 하다. 그래... 반갑다. 뭐, 너의 가스가 다 할 때 까지. 아무쪼록 서로 맡은 바 소임을 다 해보자.
너는 붙이고, 나는 피우고.
2017년 3월 10일 (금) 작성
후기 : 이 라이터, 정확히 다음날인 11일 토요일에 잃어버렸다. 뭐, 이런 짧은 만남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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