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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을 통한 '새로운 혁명'의 시작
책 & 독후감

‘비행’ 후 기다리고 있던 ‘부드러운 원칙주의자’

by 쟝파스타 2022. 4. 13.

인도네시아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던 '독후감' 파일들을 우연히 다시 찾았다.

하여 해당 독후감을 내 블로그에 업로드해본다. 

 

읽은 책 : ‘야간비행’ _ 생텍쥐페리

(2009, 펭귄 클래식 코리아)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barcode=9788901088624 

 

야간 비행 남방 우편기 - 교보문고

“찬란하게 빛나는 밤의 구름바다 위를 헤매고 있지만 저 아래 놓인 것은 영원이다. 그는 두 손으로 세상을 붙든 채 자기 가슴에 대고 균형을 잡는다.” 영원한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가 쓴 2

www.kyobobook.co.kr

 

  연수를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아침 점호와 출근, 자습이라는 규칙적인 생활에 무리 없이 적응한지도 오래다. 하지만 때로는 바깥세상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이 그리워질 때도 있다. 그랬기 때문일까. 이번 주에는 ‘비행’을 소재로 한 생 택쥐페리의 ‘야간비행’을 독후감을 위한 작품으로 선택했다.

 

   우리나라에선 ‘어린왕자’라는 소설로 매우 유명한 생 택쥐페리. 다소 동화적인 분위기와 ‘어린 왕자’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어 버린 그의 소설은 사실 어른들이 읽어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야간비행’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목만 보고 말 그대로 ‘야간’에 ‘비행’을 하는 이야기를 다루겠거니 하고 쉽게 생각했지만, 실제의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야간비행’이라는 소재는 작가의 생각과 논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매개체에 불과할 뿐이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우편 비행기 조종사 ‘파비앙’은 남미의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야간 우편 항공노선 개발의 책임자인 ‘리비에르’가 파비앙의 비행기를 비롯해 칠레와 파라과이에서 올 3대의 우편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각지로부터 폭풍우에 관한 무선 연락 소식이 전해져 온다. 칠레와 파라과이를 출발한 두 대의 우편 비행기는 다행히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지만, 파비앙의 비행기는 그러지 못했다. 파비앙과 그와 함께 비행을 한 무선사는 악천후 속에 어떻게든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과의 무선 연락은 끊어져버린다. ‘리비에르’는 인간의 생명보다도 더욱 영속적이고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그것은 바로 ‘야간비행’의 안정성과 혁신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길 원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와 그의 직원들은 파비앙의 소식을 뒤로한 채 출발이 예정된 비행기들을 출발시키며 이 소설은 끝을 맺는다.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리비에르’라는 책임자에 대해 주목했다. 그가 소설 내내 보여주는 리더십은 ‘차가움’을 넘어서 ‘냉혈한’이라고까지 평가가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과 동료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이 그의 감정을 알아챔으로써 ‘규율과 규칙’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부하들과 동료들의 사소한 실수들을 더욱 엄격하게 대처한다. 단지 이 모습만 보여줬다면 나는 이 ‘리비에르’를 현대 사회에 적용시키기에는 조금 동떨어진 리더십을 지닌 책임자로 평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택쥐페리는 리비에르가 자신의 원칙 고수와 부하 및 동료들에 대한 애정, 존경의 표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 때문일까. 나는 이런 ‘리비에르’의 모습에 잔잔한 애정과 존경을 느꼈다. 

 

   어떤 집단에 속해있던 간에 사람들은 ‘훌륭한 리더’를 원한다. 논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리더는 그 집단이 세운 비전과 미션을 달성시킬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도 명군으로 칭송받는 세계의 여러 왕들이 그러했고,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많은 장군들 또한 병사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현대의 경제와 경영계에서는 자신이 이끄는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뛰어난 기업인’들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나 역시도 뛰어난 리더십을 지닌 기업인이 되길 원한다. 이를 위해 나에게 필요한 지식과 덕목, 마음가짐과 자세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야간비행’의 ‘리비에르’를 통해 내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를 추가적으로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조직원들이 ‘규율’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카리스마적 자세다.

   돌이켜보면 나는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자기 주장을 펼치기보다는 상대방의 주장에 따르는 편이었으며, 갈등이 발생할 것 같으면 나의 의견 제시를 중지하고 갈등을 피하는 편이었다. 그래서일까. 부모님, 특히 아버지께서는 이런 나의 태도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러나 이런 삶의 태도는 살아가는 데 있어 굉장히 유용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말씀과 교칙을 준수하고, 사회에서는 팀장님들과 상무님들의 지시와 사칙을 준수하며 별 탈 없이 살아온 것이다. 

   이런 내 삶의 자세가 쉽게 바뀔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로봇이나 컴퓨터 시스템처럼 옵션을 변경한다고 해서 바로 바뀌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비에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를 갖는 것이 훗날 내가 기업을 운영할 때 굉장히 큰 강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나 ‘리비에르’처럼 모든 사항에 냉철하게, 그리고 동료들에게 차갑게 대하면서까지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리비에르’가 아닌 ‘쟝 파스타’라는 독립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나만의 리더십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고민 끝에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펼치는 이른바 ‘외유내강’적 리더십을 목표로 삼았다. 동료와 부하들에게 부드럽게 대하고 소통을 중시하지만 일정한 ‘규칙’을 어긴 경우에는 가차 없이 매뉴얼 혹은 사규에 따라 처리하는 그런 리더십 말이다. 

   따지고보면, 이런 ‘외유내강’적 리더십이 리비에르의 그것보다 더 구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리비에르는 한결같은 냉철함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리비에르 = 엄격함’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게끔 행동했지만 ‘외유내강’적 리더십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나에게 주어진 과제다. 어떻게 나, ‘쟝파스타’라는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부드러운 원칙주의자’로서 인식시키게 할 것인지 말이다.

   창공을 항해하는 비행사들을 통해 잠시나마 자유를 느꼈지만, 지난번 읽은 책 ‘마구’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생각할 거리’가 생겨버린 독후감이었다. 매번 화두 혹은 문제만 제시하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이 되긴 하지만, 어쩌랴. 한 주 만에 그것들을 해결하여 실천에까지 옮기기 위해서는 나는 인간이 아닌 ‘신’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을.

 

   사족…   

 

내 마음 속 영웅 중 한 명, 포르코. 그는 지금 행복하게 비행을 하고 있을까.

   ‘야간비행’을 읽고 문득 떠오른 일본 에니메이션이 있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다. 주인공 ‘포르코’는 그가 격추된 줄 알고 걱정했던 여자 친구 ‘지나’가 앞으로 비행할 것을 만류하자 그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날지 않는 돼지는 평범한 돼지일 뿐이야.”

 

   파비앙과 포르코는 종교도, 이념도, 경제논리도 지배하지 않는 창공에서 즐겁게 비행을 하고 있을까. 부디 그렇길 빈다.

 

 - 2017년 9월 24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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