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했던 '독후감' 파일들을 우연히 다시 찾았다.
하여 해당 독후감들을 내 블로그에 업로드해본다.
읽은 책 :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인도네시아’ _ 노경래
(2017, 순정아이북스)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인도네시아 - YES24
인도네시아에 대한 호기심이든, 잠재력 때문이든 오늘날의 인도네시아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인구 대국, 도서 대국, 천연자원 대국 등 미래에 동남아시아의 블루칩이자 생산 대국에서 소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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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도네시아에 가려고 하세요?
17년 8월 13일의 용인 고등기술원은 매우 더웠다. 어머니께서 다려주신 셔츠는 땀으로 이내 축축하게 젖어버렸고, 나는 왠지 모를 초조함과 긴장감을 느끼며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입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몇몇 연수생들은 서로를 반가워하며 밝은 모습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 당시만 해도 내가 선택한 ‘사업가가 되기 위한’ 이 길이, 그리고 ‘인도네시아’로 향한다는 나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리고 약 100일이 흘렀다. 여전히 난 고등기술원에서 연수생활을 하고 있다. 8월 13일 그때 보다 좀 더 펴진 어깨와 사람과 이야기할 때 더 이상 상대방의 눈을 피하지 않는 소소한 변화를 겪고서 말이다.
연수 프로그램 합격이 확정된 이후, 나는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왜 인도네시아에 가려고 하세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우리나라에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인도네시아 하면 사향고양이나 자바 커피의 나라 정도로만 떠올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었고 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일단 취직을 하고, 나아가 사업 기회를 찾아 저만의 사업을 할 겁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런 일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해도 되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그 일을 하기 위해 왜 인도네시아로 가시는지 궁금합니다.’라는 추가 질문을 받으면, 나는 자세히 대답할 수 없었다. 일단 나부터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6월경에 구입한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인도네시아’라는 책을 다시 읽었다. 내년 1월 6일 인도네시아로 떠나기 전, 앞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나는 인도네시아로 떠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인도네시아’를 선택했는가?
시간을 잠시 올해 4월로 돌려보자. 당시 나는 절망에 빠져있었다. 생각보다 재취업은 쉽지 않았고, 경력 단절 기간은 점점 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버지께서는 같이 성당에서 성찬 봉사 활동을 하시는 요나 아저씨로부터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알게 되셨고, 이런 나에게 해당 연수에 지원해 볼 것을 제안하셨다.
이미 여러 번 독후감을 통해 언급했지만, 당시만 해도 나는 오만하고 건방진 사람이었다. 아버지로부터 그와 같은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다짜고짜 화부터 났다.
‘동남아시아? 내가 왜? 내가 거길 왜 가?’
그러나 잠시 진정을 하고 해당 연수 프로그램을 알아보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셨다는 것은 아버지 본인 스스로 많은 생각 끝에 내리신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와 친한 군대 동기 UJ는 2년 동안 자카르타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에게 해당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물어보니 ‘비교적 긴 기간 동안 거의 무료로 연수를 받기는 쉽지 않고, 프로그램 구성도 괜찮아 보인다’고 말해줘 해당 프로그램에 한번 지원해보자 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차피 한국에서의 재취업은 물 건너갔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이후에 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4개국 중 어느 과정에 지원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했다. 제조업에 관심이 있었기에 관광 산업이 중심이 되는 태국은 제외하고, 아직까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미얀마 역시 나의 후보군에서 제외하였다. 이로써 남게 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을 했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베트남은 같은 유교 문화권이긴 하나, 이미 레드오션이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었고, 인도네시아는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긴 하지만 인구의 80%가 무슬림이라는 특성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를 내가 극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서점에 갔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바, 특정 이슈가 새로운 것인지 아니면 이미 낡아 버린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점에 가보면 되었다. 해당 이슈의 책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리고 잘 팔릴수록 그 이슈는 이미 한 물 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보니, 베트남과 관련된 책이 인도네시아의 책 보다 훨씬 많았다. 마치 2000년대 중반 ‘중국’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던 때처럼 말이다. 이런 단순한 이유로, 나는 ‘인도네시아’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후 인터넷과 이 책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대해 찾아보면서 이 나라는 다양한 민족들이 서로 공존하며, 이로 인해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양성과 ‘다름에 대한 인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도네시아의 특성은 나로 하여금 매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
제일 첫 페이지에서,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취직을 하여 기회를 찾고 향후 그 나라에서 나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굳이 인도네시아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나는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해야만 했다.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강점, 그리고 단점들을 단지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글로 써보고, 객관성을 얻기 위해 때로는 친하게 지내는 연수생들에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장파스타라는 사람은 상대방의 잠재력과 강점을 잘 파악하여 이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사람들에게 진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배려를 하고, 나아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줘서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만약 내가 한 기업의 중간 관리자가 된다면, 나는 나와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격려와 존중을 통해 조직(기업)과 개인의 성장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The Next “Great” Big Things…
물론 이러한 나의 바람을 실천하는 일은 ‘인도네시아’가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명쾌하게 반박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답변의 실마리를 최근 팀장님께서 우리들에게 해 주신 말씀에서 찾았다.
팀장님께서는 “우리는 **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내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취업을 한다고 해서, 계속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단지 Global 한 사업가가 되기 위한 출발점을 의미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다. 나는 Global한 사업가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역으로 생각한다면, 내가 실천하고자 하는 목표 혹은 비전은 어쩌면 인도네시아에만 국한되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Global 한, 즉 세계 어디에서든 통할 수 있는 목표를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글로벌한 마인드와 태도를 지니기 위한 첫 배경이 인도네시아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하여 내가 설정한 목표를 더욱 빨리 이룰 수 있도록 우리는 열심히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해야만 한다. 단지 인도네시아에서 취직을 목적으로 한다면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팀장님 말씀대로 BIPA나 기타 어학원을 가면 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완벽하진 않지만, 내가 인도네시아에 가는 이유와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도출해내는 데 성공하였다. 후련하다. 왜 내가 새벽 2시까지 강의실에 남아서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하고, 나아가 영어 문장을 외우고 틈틈이 책을 읽으며 교양을 쌓고 엑셀 수식 연습을 다시 시작하고, 어깨를 펴고 당당하지만 공손한 태도로 몸가짐을 다듬고, 웃는 표정을 유지하면서 희생하고 배려하여 솔선수범하는 연습을 해 온 것에 대해 납득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연수의 남은 과정에선 나의 이런 목표를 좀 더 세부적으로 다듬고,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덕목과 지식, 그리고 마음가짐을 찾아 실천하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 잠잘 시간은 더 줄어들 것이다. 대신 주말에도 책을 정독하고 자료를 찾거나 빈 공책에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며 쉬지 못하고 고민해야 할 때가 늘어날 것이다. 때로 휴가를 받아 휴양지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들을 부러워하며 여전히 강의실이나 회사, 혹은 공장 사무실에서 무엇인가 지시하고, 지시받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내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거나 혼자 잠에서 깨어 타지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날도 올 것이다. 내가 그리 힘겨워했던 LG화학에서의 생활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힘든 나날들이 내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것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나 자신과 약속했다. Global 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라면, 그리고 나의 성공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역량을 얻을 수 있다면. 적어도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좀 더 형평성을 얻어 노력하는 사람이 보상받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위로해주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이런 마음가짐과 각오를 안고, 나는 인도네시아로 떠난다.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없다. 이미 한 번 실패를 경험해 본 나에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또한 GYBM 연수 프로그램과 같이 타의적으로라도 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디 이런 나의 앞날에, 건투를 빈다.
- 2017년 11월 25일 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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