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정부주의자의 탈옥
회중 시계, 바이올린, 4륜 마차, 1876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어느 탈옥 사건에 사용된 소도구들이다. 면회를 온 여인이 죄수에게 건네 준 시계 안에는 탈옥 계획이 적힌 쪽지가 숨겨져 있었다. 죄수의 친구들은 여인이 켜는 바이올린 선율에 따라 행동했다. 4륜 마차를 타고 탈주한 인물은 피터 크로포트킨이다.
피터 크로포트킨
귀족 출신인 크로포트킨은 황제의 총애를 받는 군인이었으나 무정부주의에 심취하여 지하 활동을 한 끝에 체포된 것이다. 탈옥 후에 유럽을 떠돌다가 말년에는 집필 활동을 하여 1902년에 '상호 부조론'을 펴냈다. 토마스 홉스(1588 ~ 1679)의 이론을 두둔한 글을 읽고 이를 반박하기 위해 저술한 책이다. 홉스는 '리바이어던'(1651)에서, "인간은 인간에 대해서 늑대이다"라고 주장했다. 인간 생활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싸움이 되었다는 뜻이다. 크로포트킨은 인간 본성을 투쟁적인 것으로 간주한 홉스와는 달리 협동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상호 부조론'을 집필한 것이다.
홉스는 국가를 거대한 귀수인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는데, 국가를 제거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무정부주의자로서는 홉스의 주장처럼 인간사회의 협동이 국가 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임을 강조할 필요가 절실했을 것이다. 더욱이 여자들을 포함한 동지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탈옥에 성공한 그가 홉스의 이론을 반박한 것은 인지상정일는지 모른다.
왜 이타적 행동을 하는가
한 개체가 이타적이라는 것은 그 개체가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개체의 생존 가능성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타적 행동은 자연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벌은 꿀을 훔쳐 가는 침입자에게 침을 쏘고 죽는다. 침을 쏠 때 내장 기관의 일부가 찢겨져 몸 밖으로 나오므로 죽게 되는 것이다.
출처 : 웹미니 - 블로그
일벌의 살신성인적인 행동은 집단의 식량 창고를 지켜 냈으나 당사자는 기 이익을 공유하지 못하므로 이타적이라 할 수 있다.
협동은 같은 종뿐만 아니라 상이한 종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빈 고동 껍데기 속에 사는 집게는 그들 등에 말미잘을 짊어지고 산다. 말미잘은 게의 음식물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먹고 사는 대신에 독이 있는 자신의 촉수로 게를 보호해 준다. 이와 같이 수많은 생명체가 협동한다는 것은 생존 경쟁과 적자 생존을 강조하는 진화론에서 볼 때 하나의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이기적 개체로부터 이타적 행동이 출현하는 이유를 밝히는 것이 사회 생물학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생물의 이타적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은 두 가지가 유명하다. 혈연 선택(kin selection)과 상호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이론이다. 1964년 영국의 윌리엄 해밀턴이 제안한 혈연 선택 개념에 따르면, 혈연으로 연결된 개체들은 구성원들의 번식 성공도(어떤 개체에서 살아 남는 자손의 수)를 전체적으로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상호 협동하거나 이타적인 혜택을 베푼다. 요컨대 동물들은 공유한 유전자를 영속시키기 위해 가까운 친척을 돕는다. 혈연 선택 개념은 꿀벌, 개미 등 사회성 곤충의 이타적 행동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만, 전혀 혈연 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한계를 드러낸다. 가령 동료를 구하려고 수류탄으로 자폭하는 무명 용사들이나 크로포트킨의 탈옥을 위해 목숨을 건 여인네들의 행동은 혈연 선택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다.
1971년 미국의 로버트 트라이버스는 혈연 관계가 없는 개체 사이의 협동을 설명하기 위해 상호 이타주의 이론을 발표했다. 상호 이타주의의 기본은 "네가 나의 등을 긁어 주면, 내가 너의 등을 긁어 준다"는 식의 호혜적 행동이다. 트라이버스는 상호 이타주의 이론을 검증하는 사례로 청소고기를 들었다. 작은 물고기 가운데 약 50여 종은 큰 물고기의 비늘에 붙어 있는 기생충을 뜯어 먹고 산다. 그러나 큰 물고기는 청소 고기를 잡아먹지 않는다.
청소고기
큰 물고기는 깨끗해져서 좋고, 청소고기는 먹이를 공급받아서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트라이버스는 두 종류의 물고기 사이에는 유전적 관계가 전혀 없으므로 이기적 동기에서 이타적 행동이 출현하는 것은 오로지 상호 이타주의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에서 계속...
이인식 (1999).《제2의 창세기》김영사.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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